지난 10년간 한번쯤 레딧Reddit, 크레익스리스트Craigslist, 위키피디아Wikipedia, 포챈4Chan, 해커뉴스Hacker News, 드럿지 리포트The Drudge Report 같은 사이트를 방문해봤을 겁니다. 이 사이트들은 사실 서로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죠: 자신들만의 두꺼운 유저층을 가지고 있고, 디자인이 구립니다.
웹 테크놀로지는 지난 수년간 먼길을 지나왔고, 디자이너는 다양한 툴과 테크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이트들은 오늘날 웹에서 보여지는 모던 디자인 철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구린 레이아웃을 메인으로 들고 있습니다.
왜 이런 사이트들은 90년대에 만들어진것 같아보일까요? 깔끔한 레이아웃, 잘 선택된 폰트, 상호보완적인 색감은 어디로 간걸까요?
드럿지 리포트와 크레익스리스트는 1995년 시작됐으니 20년이 더 된 사이트입니다. 위키피디아는 15년 됐구요. 레딧은 10년 정도 됐습니다. 포챈은 13년 됐습니다.
문제는 사이트를 한번 보고선 항상 그 사이트가 디자인이 잘된건지 아닌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보기에 좋아보이는지는 빨리 판단할 수 있겠죠. 하지만 거기엔 단순히 미적인 즐거움을 주는 레이아웃보다 더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이트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자가 원하는걸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지, 태스크를 잘 처리하도록 하는지 우리는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인텔리젠트 인터페이스Intelligent Interfaces의 공동 설립자이자 데이터 시각화 수장인 에이밋 다스Amit Das의 말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군요.
레딧, 포챈 같은 사이트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거기엔 정말로 커다란 갭이 있어요. 이 갭은 콘텐츠 컨슈머가 다음 두 가지 플랫폼 사이에서 가지는 기대에서 발생하는데요, 바로 사용자에 의해 생기고 종합되는 콘텐츠 앱/웹사이트(오늘날 미디엄, 페이스북, 트위터)와 주제별로 더 세분화된 형식의 콘텐츠 플랫폼(크레익스리스트나 해커뉴스) 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이트들의 현재 상태를 한번 보세요. 계속 같은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으며, 애초부터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만들어진 것도 아니에요. 저 사이트들의 우선사항은 플랫폼을 충족시킬 트래픽 조절 쪽에 더 맞춰져 있어요. 레딧을 예로 보면 세계에서 32위로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지요. 반면에 미디엄Medium의 순위를 보면 400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어요.
더 나은 디자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라이벌이 갑자기 나타나 위에 언급한 낡아빠진 사이트들에 도전해주길 기대하실겁니다. 하지만 크레익스리스트를 예로 들어 말하자면 자연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전세계 모든 주제별 분류 너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그토록 디자인을 형편없도록 만드는가
사용하기 어려운 사이트들의 공통된 이슈를 보자면:
- 빈약한 가독성: 다양한 종류의 폰트와 컬러의 사용으로 글을 읽기가 힘듭니다. 특히 글이 너무 길고 장황할 때 그렇습니다.
- 혼란스러운 내비게이션: 만약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링크를 선택하기 전에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한다면 사용자는 한동안 헤매이겠죠.
- 느린 성능: 엄청나게 많은 스크립트, 이미지, 애니메이션이 사이트에 사용되고 있다면, 너무 느리고 답답하고 심지어 앱이 다운될 수도 있습니다.
위의 문제점들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트들은 꽤나 디자인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꽉 차 보이고 구식 느낌이 나죠. 하지만 보여지는 정보는 가독성이 아주 좋습니다. 레딧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놀랍도록 가볍고 로딩이 정말 빠릅니다.
2008년에 베이스캠프Basecamp의 공동 창업자인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가 "어떻게 드럿지 리포트의 디자인이 그토록 성공적인가"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가 짚은 성공적 포인트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것은 디자인이 시간초월적이고, 관리하기 쉬우며, 모든것에 다 부합할 수 있다는겁니다. 그리고 아주 독특하다는거죠.
위 포인트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견고한 디자인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반복, 피드백을 들여가며 조심스럽게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매일 무언가 바꿀 수 있는 그런것이 아닙니다. 특히 수많은 사용자들이 찾아와 사이트를 보고 사용한다면 말이죠.
Y 콤비네이터의 해커뉴스(HN)를 운영하는 다니엘 게클Daniel Gackle은 개발자와 기업가를 위한 투표방식의 링크 웹사이트에는 인터페이스가 드문게 특징인 이유를 들려주었습니다.
HN은 콘텐츠를 가장 강조합니다. 그래서 UI가 좋아보이면 안되는거죠. 텍스트는 영원불멸해야 합니다. HN의 정보 밀도는 정밀하게 측정됩니다. 여기서 밀도를 조금만 더 높이면 덩어리지고, 또 약간 풀어버리면 너무 헐거워질겁니다.
HN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지적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수고를 덜 들이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서 좋은겁니다.
텍스트 기반의 디자인이 좋은 점 한가지는 페이지가 가볍고 로딩이 빠르다는 겁니다. 사용자는 많은 것에 관여하고, 저희는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합니다.
커뮤니티가 '모던'한 것보다 '클래식'해 보이는 것에 이점도 있습니다. 사이트 요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이 그건데요, 이는 최신 트렌드를 찾는 것과는 반대되는 겁니다.
가끔은, 형편없는 디자인을 피할 수 없다
이컨설턴시Econsultancy의 제프 레이젝Jeff Rajeck은 중국어 사이트가 왜 정신없어 보이는지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요, 중국어는 대문자나 띄어쓰기가 없어서 판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중국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의 눈에는 중국어 사이트는 혼돈 그 자체로 보일겁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어는 쓰기가 어렵고 평균 인터넷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이런 이유로 몇몇 사이트는 링크를 많이 걸어놓고 사용자들이 여러 페이지를 거쳐 이동하며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레딧과 드럿지 리포트의 경우에는 링크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것이 필요악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이트가 구려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 생각해보면 수많은 양의 콘텐츠를 빠르게 흘겨보고 필요한 것만을 최대한 빠르게 찾을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된 사이트들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몰라 당혹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개클Gackle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HN(해커뉴스)의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불리한 면은 새 방문자에게는 오히려 수수께끼 같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퍼즐을 푸는 것 같아 재미가 있었죠. 하지만 사이트가 점차 커지면서 정보를 전달하는데에 편협적인 위험이 커지게 됐습니다. 디자인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것도 정확하고 분명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변화한다고 좋은 것일까?
디자인이 좋지 않다고 한탄하며 이 점을 고칠 유일한 방법은 좋아보이도록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리디자인이 오히려 사용자를 짜증나게 하고 마음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딕Digg이 리디자인을 진행한 후 트래픽이 34% 감소한 경우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스Das는 왜 리디자인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를 설명합니다.
상당한 양의 트래픽이 있는 사이트에 디자인을 살짝 변경하기만 해도 그 결과는 상당합니다. 사실상 레딧은 최근 새로운 디자인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어댑티브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레딧의 디자인을 확 바꾸자고 제안할 수 있지만, 이상적인 방식은 조금씩 단계별로 디자인을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디자인-아트 커뮤니티 중 하나인 데비앙아트DevianArt를 언급하며 수년간 사이트 디자인을 개선하여 완전 새로운 브랜딩을 일궈낸 점을 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품의 핵심 DNA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겁니다. 아직도 내부 페이지 템플릿의 각 요소를 하나씩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방식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반면에 아마존Amazon을 본다면 이 사이트는 디자인을 아주 세분화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매일 들어오는 사용자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1년 전의 사이트와 비교해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대단한 변화가 이뤄졌다는걸 알게됩니다."
해커뉴스가 어떻게 변화해오고 있는지 개클은 말합니다.
우리는 작은 단위로 변화하는걸 추구합니다. 사실 지난 2년동안 우리는 많은걸 바꿨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어떻게 넣을지 생각하는건 재미난 일이에요.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적게 쓰면서 디자인을 잘 적용시키기 위해 생각하는 것처럼요.
제가 좋아하는 변화는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나가는 거에요. 폴 그래햄Paul Graham(Y 콤비네이터와 해커뉴스의 창업자)는 제거할만한 무언가를 찾았을 때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그런 류의 미니멀리스트죠.
저희는 가끔 무언가를 추가하기도하고 더 이상 쓸모가 없으면 제거하기도 합니다. 기능을 추가할 때뿐만 아니라 단순화하는 것에서도 해커뉴스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희는 디자인 트렌드를 쫓지 않습니다. 해커뉴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를 위해 저희는 콘텐츠의 질을 향상하는데 많은 일과 노력을 기울이는게 더 낫다고 봅니다.
해커뉴스 팬들이 디자인적으로 더 나아보이게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에 개클은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해커뉴스가 구식같아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개선을 요청합니다. 몇몇 이들은 해커뉴스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들을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정말 멋지고 좋습니다. 하지만 해커뉴스가 가지고 있는 목적과 맞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분들은 컬러나 그래픽을 추가한다거나 정보의 밀도를 떨어뜨리죠.
저는 리디자인이 그래햄이 하고 있는 것보다 해커뉴스의 목표를 더 잘 구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 구조를 잘 관리하는게 해커뉴스를 위한 최선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것이 잘못됬음을 증명해 보이게 된다면, 그땐 진짜 모르겠네요.
원문: Why are some of the web's ugliest sites on the web also the most popular?
Refresh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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